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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스타트업, 브랜딩은 사치일까? 전략일까?
2025. 8. 6.

스타트업에서 일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브랜딩에 대해 고민해 보셨을 것입니다. 제가 공동창업자로 일할 때 가장 많이 나누었던 대화 중 하나도 바로 “아직 프로덕트도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는데 벌써 브랜딩을 신경 써야 하는가?“였습니다.
브랜딩을 단순히 예쁜 로고나 멋진 웹사이트로만 이해하면, 분명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치스러운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자본, 인력, 시간이 모두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먼저 수행해야 하니까요. 프로덕트의 핵심 기능 개발, 사용자 피드백 반영, 시장 검증 등 하나하나가 급하고 중요한 과제들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브랜딩을 ‘겉치장’이 아닌 ‘방향성’으로 접근했을 때 브랜딩은 오히려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 되었습니다.
브랜딩을 나중으로 미루자는 의견
브랜딩을 미루자는 의견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입니다.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시장의 반응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브랜딩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분명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고객이 브랜드보다 제품의 ‘실질적인 가치’를 보고 선택하기 때문에, 브랜딩보다는 프로덕트 개발이 우선이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기 스타트업은 시장의 반응과 고객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피벗(pivot)하거나 방향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리 과도하게 정해놓은 브랜드 정체성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도 초기에 설정했던 브랜드 이미지가 시장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여러 차례 변경되었습니다. 그때마다 로고와 웹사이트, 메시지 등을 수정하는데 적지 않은 에너지와 비용을 소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브랜딩을 초기에 해야 한다는 의견
반면 브랜딩은 초기에 반드시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객이 처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접할 때 가장 먼저 인지하는 것이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브랜드가 주는 첫인상이 고객의 신뢰를 좌우할 수 있으며,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또한 브랜딩이 단순히 시각적 아이덴티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팀 내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초기부터 명확하게 브랜드의 철학과 메시지를 설정해두면 팀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일관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프로덕트 개발 단계에서도 분명한 기준점을 제공하며, 고객과의 접점에서도 통일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저희 팀의 경우도 초기에 정립했던 브랜드의 ‘톤앤매너(tone and manner)’ 덕분에 고객 응대, 제품 개발, 콘텐츠 제작 등 여러 방면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변경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팀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는 초기부터 변하지 않았고 그것이 결국 고객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신뢰를 얻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초기 스타트업의 브랜딩
제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봤을 때, 초기 스타트업이 브랜딩을 바라볼 때 가장 좋은 태도는 “가벼운 브랜딩, 깊은 사유”입니다. 브랜드를 지나치게 무겁게, 완벽하게 만들어 놓으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기준 없이 무작정 프로덕트만을 만들어 간다면 고객은 물론 팀 내부에서도 혼란을 겪기 쉽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브랜딩은 완벽하게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저희는 이를 “나침반 같은 브랜딩”이라고 불렀습니다. 로고나 웹사이트의 디자인은 바뀔 수 있지만, 고객과의 소통 방식이나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등은 초반부터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브랜딩은 결국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떻게 기억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초기 단계부터 팀이 어떤 태도와 목소리로 시장과 고객에게 다가갈지를 고민하는 작업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한 브랜딩 체크리스트
지금 여러분의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브랜딩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체크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을 공유합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어떤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은가?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뭐라고 말할까?
우리 브랜드는 어떤 어조와 태도로 고객과 소통할 것인가?
우리만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며, 그것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일관되게 반영되고 있는가?
이 체크리스트는 브랜딩이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고객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임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초기 스타트업에서 브랜딩은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과 일관성에 가깝습니다. 여러분의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